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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강박증 환자가 살고 나간 원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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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w11 2019. 8. 16.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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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집 원룸 이야기에요. 부모님이 원룸 운영하시거든요.

3년전에 들어온 남학생이었는데 그동안 월세 꼬박꼬박 잘 내다가 몇달전부터 안 내더라구요.

보증금이 100만원이었는데 보증금을 다 까먹고도 80만원 이상 마이너스가 됐어요.

3년이면 오래 산 거고 학생 인상도 선하고 그동안 문제랄 것도 서로 전혀 없었기에 언젠가 주겠지 하면서 기다렸는데(내겠다 죄송하다 조금만 기다려달라 하는 문자를계속 우리에게 보내왔음)마이너스가 저렇게 많이 생겼는데도 입금을 안 하는 거 보고 변제능력이 없구나 싶더라고요. 

이런 경우 학생 본인이 나가고 싶어도 못나가기도 하거든요. 밀린 돈을 내야 방도 뺄텐데 돈을 못구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계속 사는 경우가 있는데 서로에게 피해죠.

그래서 마이너스 된 거 안 받을테니 그냥 방을 빼시라고 문자를 넣었습니다. 일주일 여유 줄테니 이사 나가시라고.

그랬더니 정말 죄송하다 고맙다 어쩌구 하면서 토욜까지 방을 빼겠다 하더라고요.

토요일이 되자 차를 못구해서 그런데 일욜까지 빼도 되겠냐고 문자를 넣었더라구요 그래서 그러라고 답문했어요.

그런데 일욜에도 아무 기척도 없고 소식이 없었습니다. (사실상 그 학생 몇달전부터집에 안 오고 있었음. 한 3달정도는 빈방상태였을 거임)

더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서 월욜에 열쇠로 열고 그방으로 들어갔어요 그런데!!!

(더러움 주의)

일단 문이 잘 열리지도 않았네요. 억지로 힘으로 열고 들어가 안을 보니 이 상태였어요

이렇게 몇달을 방치해놨던 것임..

말로만 듣던 저장강박증 환자였던 겁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같은 프로에서나 보던 일이 저희에게 일어났다는..

막막... 허허허 경악...

참... 어떻게 해야될지... 

어이없기도 하고 좀 무섭기도 하고(정상인이 아니니까) 눈앞이 캄캄하더군요.

원룸운영 10년이상 돼서 이런저런 학생, 별 희한하고어처구니 없는상황들 많이 봤지만 이런 임팩트는 처음이었네요.

가족들의 대책회의 끝에학생에게 문자를 넣고(방 상태는 네가 더 잘 알거고우리가 치우겠으니 이 안에서 나오는 물건들에 대한 소유권 같은 건 주장하지 마라 뭐 이런 뉘앙스로) 그냥 우리가 직접 치우기로 했습니다. 책임 운운하면 일이 커지고 그 학생 상태도 정상이 아니라해결이 될 리도 없고 해서그냥 이렇게 끝내기로했지요.

 

 

입구근처를 조금 치우고 (입구 저만큼 치우는 데만도 두명이서 2시간은 걸린 듯;;) 반대편으로 넘어가 침대 위에서 찍은 사진

 

그 학생이막판에 어떻게 저길 넘어다녔을지 그게 정말 불가사의합니다..

쓰레기들 위를 헤엄치듯 건너다녔을까요?

침대부터 화장실까지는 비교적 길이 깨끗한 거 보십쇼

 

화장실은 겁 먹었던 것보단 무난한 편이었던 듯.

변기에 오물이 있는 건 아닌데 물이 누리끼리해서비위 상하실까봐마스킹했어용.

칫솔만 33개가 나오더라고요;;

 

사실 쓰레기들의 상단부만 보면 박스 같은 큰 덩어리가 많고 해서 일이 그렇게 힘들 거라고 생각을 못했어요. 그런데

 

물건들의 하단부는 이런 것들로 오밀조밀 구성되어져있었다는ㅋㅋㅋ

생각보다 일이 크고 더러웠어요!!

다 한꺼번에 쓰레기봉지에 넣으면 그나마 수월했을지도 몰라도 

재활용은 재활용대로, 쓰레기는 쓰레기대로, 폐지는 폐지대로 일일이 분류하면서 하느라 힘들고 오래 걸렸네요

ㅠㅠ

많이 치워진 상태. 알아보는 사람 있을까봐 제 모습은 지웠어요ㅋ

허리와 등짝이 너무 아팠고 앉았다 일어날 때마다 어지럼증이 너무 심하더라고요. 냄새랑도 싸워야 했고.. 

희한하게 벌레는 거의 보지 못했네요.

저기 쌓인 쓰레기더미가 다가 아니고 이미 저만큼 분량의 쓰레기봉투들이 밖에 나가있어요ㅋ

다 치운 현재 상태

 

치우면서 물건들의 면면을 보고 놀란 게 한두가지가 아니었는데

제일 아이러니한 건 거의 모든 제품들이 명품이었다는 거!

옷, 구두 같은 것들부터 시작해서 뭐 하나를 사도 다 고급만 샀더라고요. 핸드폰, 컴퓨터,스피커 같은 전자제품은 말할 것도 없고 컴퓨터 마우스, 문방구 같은 작은 물건들도 다 고급품이었어요.

옷은 모두 드라이해서 입었나보더라고요. 세탁소에서 주는 옷걸이만 수백개(수십개 아님. 수백개)가 나왔다는.

그러고 보니 이 학생이 드라이한 옷들을 들고 집으로 들어오는 걸 제가 자주 목격했었어요. 그땐 그냥 깔끔하고 돈 많은 학생이네 했는데~~

또 아이러니한 건 쓰레기봉투도 많이 나왔다는 겁니다. 50리터짜리봉투 수십 개와 10리터짜리 수십개, 음식물쓰레기봉투 수십개가 나왓고 빗자루, 먼지털이,밀대같은 청소용품(ㅋㅋㅋ)들도 많이 나왔어요. 물론 다 쓰레기더미를 파헤치다 나온 것들이고 사용한 흔적은 없었음..

명문대 00학과 04학번이더라고요. 주민등록증, 여권, 통장, 군전역증, 학자금대출신청서,학교에 낸 레포트 등도 다 나와서 신상을 모두 알게 되었죠.

게다가 교회전도사로 교회생활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어요. 생긴 것도 교회오빠처럼 생겼었어요. 멀쩡하고 깔끔.

근데 치우면서 점점분노나 짜증보다 연민이 생기더라고요.. 청소도구들을 마구 구입한 걸 보면 본인도 노력을 했던 것 같은데 뜻대로 안 됐나봐요. 

그 외 여러가지 복잡한 심경들을 느꼈는데 나쁜 사람이라기보다는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점점 강해지더라고요.

사진에 다 찍히진 않았는데

쓰레기봉투 50리터짜리 24개+10리터 10여개

재활용봉투 10여개

폐지박스만 여러개 (중간중간 막 버리면서 해서 확실하지가 않네요)

너무 힘들어서 이틀에 걸쳐서 했어요. 물건 빼는 것까진 햇으니 이제 청소는 쉬엄쉬엄 할 예정이에요.

저 학생 들어오기 직전에 찍은방사진 괜히 한번 올려봅니다.

쓸 수 있는 물건들만 추린 거.

여기서 쓸 수 있는 거란 포장을 뜯지 않은 새거들을 말합니다. 

아무리 멀쩡해보여도 포장 한번 뜯은 건 다 버렸어요. 찝찝해서요. 돈도 저만큼이나 모였네요.

택배로 시켜놓고 박스조차 뜯지 않은 물건들도 많았는데 그럴 거면 왜 시키는지 모르겠네요 그것도 비싼 것들을.

똑같은 게 여러개 나온 것도 많아요. 셀카봉 같은 것도 새제품이 두 개나 되고 구두광택제인가는 새것만 5개가 넘고윈도8.1정품씨디는 시켜놓고 뜯지도 않았더라고요. 

말로만 듣던 저장강박증 환자를 겪은 원룸주인의이야기였습니다. 

저 학생이 얼른 치료 받았으면 좋겠는데뭔지 모를후환이 두려워서 연락은 못하겠어요. (세상에 별별 일이 다 있잖아요)

자게에 올릴까 하다가 라운지에 올리는 건데 올려도 되는 건지 모르겠네요.

공지 어긴 것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바로 수정or삭제할게요 (긔자 안 쓰고 써보려니 힘드네요ㅋ)

 

출처: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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