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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여성이 SNS에 남겼던 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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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w11 2020. 2. 2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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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9-20 (우한 바이러스 폭발 시점)

어제 마스크를 사러갔는데, 일반 마스크 밖에 없고 좋은 마스크는 없어서 안샀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일반 마스크도 필요할거 같아서 다시 가보니, 일반 마스크도 이미 다 팔려버린 상태였다.

어제는 너한테 아무 관심이 없었는데, 오늘은 너가 나한테 아무 관심이 없구나..

수산물시장(최초 진원지로 지목된 시장)에서 500미터 떨어진 곳에 사는 사람으로써 갑자기 긴장이 된다.

 

20.01.21

 

어제는 65위안 짜리 보통 마스크를 샀는데, 오늘은 400위안짜리 마스크를 샀다.

이제 마스크를 살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다.

마스크 상황이 이렇게 과열된게 말이 안된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이다.

엄마가 지금 열이 난다.

20.01.23

 

도시가 봉쇄됐다.

난 지금 너무 무섭다.

누가 우리 좀 구해주세요.

어머니가 점점 몸이 불편해지세요.

 

20.01.24

 

가슴이 너무 답답하다.

아마 너무 긴장해서 그런거 같다. 아마 그럴꺼야..

침착하자. 침착해.

아마 누군가 와서 우릴 구해줄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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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힘이 많이 없어보인다. 엄마 아빠랑 같이 병원에 갔다. 병원에 입원할 수 있는 방법은 확진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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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입원 수속을 하고있다.

병원에 사람이 앞뒤로 너무 많다.

여기서 교차감염 되는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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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뒤돌아서 아빠의 모습을 한 번 봤다. 그러고 다시 돌아볼 수 없었다.

아빠의 그렇게 늙고 힘없는 모습은 살면서 처음이었다.

난 알고있다 아빠는 이미 속으로 많은 것을 포기했을 것이다.

그리고 아빠도 알 것이다.

 

아빠도 아마 빠져나가지 못할거라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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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물어봤다. 어디 불편한덴 없는지.

아빠는 목이 조금 아프고 열이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빠도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고, 의사는 아빠에게 약을 먹으라고 했다.

 

20.01.25

 

집에 도착해서 샤워하니 12시가 됐다.

엄마가 없으니까 집안이 꼴이 아니다.

쓰레기도 가득 쌓여있고.. 곧 설인데 집이 엉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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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엄마한테는 연락이 끊겼다.

그리고 메세지를 하지 않는다.

메시지를 보내도 답장하지 않는다.

아빠가 전화해도 받지 않는다.

아...멘붕이 온다

 

 

 

20.01.26

 

엄마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병원에서 엄마를 큰병원으로 옮겨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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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났을 때, 제일 나쁜 일을 염두에 두면서 제일 좋은 희망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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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전화해서 물어봤다.

우리 엄마 언제 병원 옮길 수 있어요?

간호사는 모른다고 대답한다.

다른건 무섭지 않지만, 제일 무서운건 호흡곤란으로 못 버틸 수도 있다는 얘기를 간호사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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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랑 같은 상황인 사람들이 지금 너무 많다.

하지만 병원에서 그 사람들을 다 받아주고 있진 않다.

모두에게 도움을 줄 수 없기 때문에..

제발 죽는 사람이 더 늘지 않았으면 좋겠다.

 

 

20.01.27

 

간호사는 어머니를 큰병원으로 옮겨 준다는 소리를 안했다는 얘기를 전달해왔다.

왜 엄마는 병원을 옮긴다고 생각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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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도 CT를 찎었는데, 폐 양쪽이 다 감염됐다.

 

 

 

20.01.28

 

엄마가 돌아가셨다.

아무도 '좋아요'는 누르지 말아주세요..

대답할 수 없어요

 

 

 

20.02.02

 

아버지는 지금 혈중산소가 낮아져서 힘들어 한다. 지금 입원을 하고 싶어 하는데,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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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입원시켰다. 그건 마치 아빠가 24일에 엄마를 입원시켰을떄와 같았다.

그 날 비는 너무 많이 쏟아졌고, 어머니를 한 번 더 볼 틈도 없었다.

오늘도 그 날처럼 비가 왔는데, 아버지는 방에 있으면서 열성을 다해 나를 쫓아냈다.

더 이상 가까이 오지 말라면서.

 

 

 

20.02.03

 

내 목에 이상이 있는거 같다. 목이 계속 마르다.

갈증과는 상관이 없다.

올 것은 결국 오게 되어있지만, 가능한 천천히 왔으면 좋겠다.

 

 

 

20.02.05

 

구해주세요. 나도 어제부터 열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무서워서 말을 못하겠어요.

오늘 아침에 전화를 받았습니다. 아버지가 위급하다고...그러니 나보고 가서 싸인을 해달래요.

아빠는 지금 이미 위급한 상태인데, 저는 아빠를 위로하기 위해서 병원을 바꾸자고 얘기했습니다. 

그러자 아빠는 일어나서 짐을 쌌어요. 그리곤 가방을 싼 상태로 저한테 물어봤습니다.

 

"얼마나 더 기다려야 나갈 수 있니?"

 

하늘이여!!! 사실 연락한 병원은 모두 다 같은 대답을 합니다! 안 받습니다! 안받습니다! 안받습니다!!! 였어요.

아빠는 아이처럼 나한테 얼마나 더 기다려야하냐고 물어보는데, 나는 아무런 능력이 없습니다.

 

제발!! 누구라도 와서 아빠를 구해주세요 !! 나 지금 무릎꿇고 이 세상에 빌께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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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도움을 주고 싶다는 연락이 많이 왔어요. 병원에서 어제 아빠를 검사했는데 결과가 5일 뒤에나 나온대요.

난 왜 이렇게 검사결과가 나오는데 오래 걸리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젠 다 의미가 없네요.

 

폐는 이미 다 하얘졌거든요(염증이 있으면 하얗게 보임. 폐는 한 번 망가지면 복구되지 않는다).

 

 

20.02.08

 

아빠, 제가 아빠도 잃어버렸네요. 엄마를 찾아가세요.

그리고 절 기다려주세요.

그리고 우리 같이 집에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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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말 무서워요. 저도 감염됐어요.

 

 

 

20.02.09

 

어제는 힘이 너무 없고,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그냥 잠들었어요.

무음모드로 하고 자는 동안 이렇게 많은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네요. 여러분들 너무 고마워요.

 

난 살고싶어요. 누가 살기 싫겠어요.

 

 

이 병은 너무 무섭네요.

이 병은 사람을 고립시켜버려요.

다른사람과 접촉도 안되고, 공포와 절망 속에서도 당신은 가족들의 손을 잡지 못해요.

포옹도 받을 수 없고요.

그런 공포는 그 어떤 정신적인 지원이라도 버텨낼 수 없어요.

혼자 맞설 수 밖에 없어요... 그리고 혼자 극복해야해요.

 

전 살고싶어요.

 

 

이 글이 마지막이고 16일날 사망함

(웨이보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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